이런저런 이야기/일상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며…
바람될래
2022. 10. 12. 07:00
고구마 말랭이는 어릴 때 먹던 추억의 간식이다.
부모님은 해마다 고구마를 심어 윗목에 보관했다.
큰 고구마는 발로 만든 저장고에 두고 화로에 구워 먹거나 생으로 먹었고, 손가락 굵기의 고구마는 쪄서 말렸다.
우리 형제들은 꼬들꼬들하게 잘 마른 고구마를 주머니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며 다녔다.

여태 내 손으로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 일은 없었는데, 지인이 잔챙이 고구마를 줘서 만들게 되었다.
고구마를 받고 보니 반 이상이 썩어 있었다.
‘아~~~ 이래서 비가 쏟아지는데도 맑은 날 달라는 내 말을 듣지 않고 가져다주었구나… 빨리 먹어야 한다는 말이 썩고 있다는 뜻이었구나…’
쓰읍…

내게 왔으니 내가 책임져야지 어쩌겠나.
전부 씻었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쪘다.

찐 고구마가 식었을 때 납작하게 썰어 널었다.
엄마가 하던 방식대로…
이 나이에도 엄마 생각이 났다. 그립다.

가을볕이 좋은 덕분에 대여섯 시간 후에 보니 벌써 꾸덕꾸덕하다.
옛날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먹으면 그 시절이 생각나겠지?
이제 그녀가 무엇을 주겠다고 하면 거절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