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텃밭이야기 31

영월에서 감자 이모작이 가능해?

11월 23일 텃밭에서 감자를 캤다. 수확을 하고자 심은 것은 아니다. 여름에 감자 캐면서 잔챙이들을 담 밑에 버린 것들이 싹이 나서 자란 것이다. 알이 제법 굵다. 감자 이모작이 가능하다고?! 그렇다면 내년에는 제대로 시도해 보자고 설레발쳤는데 밥할 때 넣어 익혀보니 덜 여물었다. 감자 이모작은 역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늦게까지 따뜻해서 이 정도로 수확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정하면서도 굵은 감자들을 보면 대견하고 기쁘다.

배추와 무를 갈무리 했다.

영하의 기온이 한차례 휩쓸고 갔지만 이후로는 내내 봄날 같은 날씨다. 심지어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나리 핀 것을 예사로 보았는데 지인이 활짝 피어 있는 동강할미꽃을 보았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철쭉이 피었다는 뉴스도 보았다. 나비와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것 또한 초겨울에 맞은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요즘 화두는 김장. 우리 파크골프장도 한산하다. 예약해 놓았던 고들빼기김치를 받으니 겨울 준비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를 한 개씩 신문으로 싸 창고에 넣었다. 배추도 신문으로 싸서 무 옆에 넣었다. 무청은 시래기가 되라고 속잎을 떼고 창고 앞 바에 걸었다. 해를 피해 말리면 색이 더 예쁜데 우리 시래기는 햇볕에 노출된다. 작은 배추와 무는 밭에 두었다. 아직 포근하니 더 자라길 바라는..

겨울 같다.

추우면 깔끔하게 붉은 태양이 여명이 보낸다. 아침 하늘 보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텃밭에 있는 배추와 무의 안위가 걱정된다. -2 도 예보에 텃밭을 덮었다. 아침에 보니 서리가 하얗게 앉았다. 덮길 잘했다. 아침 햇살이 퍼질 때 열어 주었다. 덮개 밖으로 나온 무 잎이 살짝 언 듯 하지만 무사해 보였다. 배추는 얼었다 녹았다 하며 단 맛이 깊어지지만 무는 얼면 회복이 안된다고 한다. 우리 텃밭에는 배추와 무가 섞여 있기에 모두 덮었다. 무 하나를 뽑았다. 꼬리가 몸통보다 더 길다. 무 꼬리가 길면 겨울이 길고 춥다는 말이 있는데 올 겨울이 많이 추울 것인가 보다. 기온이 더 낮아진다는 예보. 어제저녁보다 확실히 춥다. 무와 배추, 갓, 시금치까지 다시 덮었다. 벌써 김장을 담근 집도 있고 무만 뽑아 저장한..

텃밭에서 시금치를 수확해서…

“국거리 없으면 시금치 뜯어서 끓이지..” 라는 말은 시금치가 다 자랐으니 수확하라는 뜻이다. 도낏자루가 썩는 줄 모를 만큼 놀기 바쁜 내가 시금치 성장 현황을 모를 거라는 전제가 깔린 말이다. 다 관찰하고 있다고 시치미 떼고, 오후에 칼로 시금치를 베었다. 큰 시금치를 골라 수확했는데 밭 상태가 쥐가 뜯어먹은 것 같다. 한소리 들을 만한 상태다. 수확한 시금치는 건새우 시금치 된장국이 되어 저녁 식탁에 올랐다. 깔끔하게 매콤하고 시원하며 구수한 국이다. •• 건새우 시금치 된장국 (재료의 양은 대충) 1. 시금치를 데쳐 깨끗이 씻고 물기를 빼놓는다. 2. 냄비에 물, 건새우,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다. 3. 건새우, 고추 맛이 우려 지면 된장을 푼다. 4. 국물이 한소끔 끓으면 채 썬 양파와 시금치를 넣..

푸드 마일리지 스물다섯 발자국

푸드 마일리지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일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 푸드 마일의 개념은 영국의 소비자 운동가 팀랭이 1994년 처음 사용했다. 농산물 공급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입농산물에 대한 안정성, 신선도, 이동까지 배출되는 온실가스 등은 소비자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가능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식품의 안전성이 높으면서 수송에 따른 환경오염을 경감한다는 주장이 최근 유럽 소비자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침에 텃밭에서 딴 이 표고버섯은 저녁 반찬이 되었다. 푸드 마일리지 스물다섯 발자국. 식감이 다르다.

고양이 접근 금지

어느 동네나 매한가지겠지만 우리 동네에는 길고양이들이 너무 많다. 그 고양이가 주는 피해가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밭을 파는 것이다. 고양이는 모래에 자신의 배설물을 묻는 동물이다. 흙을 곱게 고르고 씨앗을 파종해 놓으면 어김없이 찾아와 파내고 큰일을 본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는 싹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악취 또한 예사롭지 않다. 고양이가 오지 못하게 싫어한다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지만 별 효과를 못 봤다. 이번에는 투명 플라스틱병에 물을 담아 밭 가에 놓아 보았다. 흙이 푹 젖게 물을 뿌리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더니 두 군데 판 곳 빼고는 푸른 싹이 올라왔다. 일단 싹이 자라나면 고양이는 더 이상 그 땅을 파지 않는다. 그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집 없이 거리를 떠돌며 살아..

지금은 표고버섯 수확철

텃밭 한켠(표준어는 한편)에 표고목이 있다. 참나무에 표고버섯 종균을 넣어 세워 놓았다. 물을 주고 가끔 두드려 깨워주며 기다린 날들이 흘러 표고버섯이 나고 있다. 기둥이 튼실하다. 찬바람이 불면 우르르 솟아나는 표고버섯을 수확할 수 있는 시기는 잠깐이다. 62mm의 비를 흠뻑 맞은 표고버섯을 땄다. 상품으로 본다면 완전 등외품이다. 그러나 자급자족의 뿌듯함은 최상이다. 튀김가루 반죽으로 전을 부쳤다. 버섯에 수분이 많아 그런지 기름이 온 사방으로 튀었다. 버섯의 물기를 짜내야 했나 보다. 그래도 쫄깃한 식감은 어디 가지 않았다. 흐뭇한 표고버섯전!

재미나게 생긴 호박

찬바람이 불어오자 식물들이 바빠졌다. 호박도 매한가지. 심은 자리 주변에서만 줄기를 펼치는 게 아니라 온 사방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그래서 요즘 매일 호박을 딴다. 우리 호박은 동글동글한 조선호박인데 오늘 파안대소를 부르는 재미나게 생긴 호박을 땄다. 나는 “하트”라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엉덩이” 같다고 한다. 꼭지는 하나인데 꽃자리는 두 개다. 처음 본다, 이런 호박. 요리 보고 조리 보며 신기해하다가 남편 친구에게 주었다. 같이 웃고 맛있게 먹으라고.

가을 텃밭에 활짝 핀 하얀꽃들.

텃밭 울타리 가까이 대추나무와 사과나무가 있다. 대추는 주렁주렁 열렸고 사과는 딱 두 개 달렸다. 과일나무 아래는 부추밭이다. 지금 한창 꽃이 피었고 부지런한 꽃송이는 열매를 맺고 있다. 처음 꽃망울 맺을 때 미처 눈길을 주지 못해 못내 아쉽다. 대추나무 아래 적은 공간에는 나물취가 있다. 향긋한 봄나물 나물취도 하얀 꽃이 핀다. 산에서 이 꽃을 만나도 꽃 이름을 몰랐었는데 가까이 있으니 참 좋다. 식용 채소가 꽃을 피우니 텃밭이 마치 꽃밭 같다. 부추와 취 꽃 촬영하는데 그 옆에 있는 도라지꽃이 불렀다. 한줄기에 도라지꽃의 변화가 다 있다. 가을이지만 한낮은 햇살이 따갑다. 농부들에게는 반가운 날씨다. 이 햇살이 과일에 단맛을 들게 하고 곡식을 영글게 한다. 고추, 호박도 잘 마른다. 나도 호박을 말리..

작은 텃밭 활용의 지혜

상추가 제철이 아니라 그런지 잘 자라지 않자 아래에 있는 잎을 따내고 무 씨앗을 뿌렸다. 상추 기둥 높이가 있어서 해도 잘 들고 바람도 통하니 씨앗이 잘 발아해 새싹이 소복하게 올라왔다. 어느 정도 열무 형태를 갖추면 한 포기만 남기고 솎아내 김장무로 키울 예정이다. 뒷밭에도 무를 뿌렸다. 그 자리 또한 상추 심었던 곳이다. 무가 제대로 크려나 염려되지만 크면 크는 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먹으면 된다. 감자 심었던 자리에는 좀 더 일찍 무 씨를 뿌려서 며칠 후면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일부러 시차를 두고 뿌린 것이 아니라 자리가 비자마자 파종을 한 것이다. 오늘도 당근을 다 뽑아내고 무를 파종했다고 한다. 고양이가 파내지 않으면 그 자리에도 곧 푸른 새싹이 솟아오를 것이다. 중복이 지나면 김장용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