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일상

한 사람의 영향력

바람될래 2022. 8. 10. 07:00

“수박 먹으러 와요.”
현관 앞에서 마늘을 까고 있는데 아랫집 아저씨께서 불렀다. 하던 일을 중단하고 집 안으로 들어와 전화기를 챙기며 보니 부재중 전화…, M언니였다.
그분이 여럿이 앉을만한 마루가 있는 아랫집으로 수박을 가자고 오셔서 동네 사람들을 부른 것이었다.
수박을 먹으며 폭우 이야기가 오가다 자연스럽게 부치기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동네 날궂이.
각자 자신에게 있는 재료와 도구를 가지러 다녀왔다. 우리도 청양고추, 호박, 감자와 식용유를 보탰다.


수박 가지고 오신 M언니는 부치기 장인. 잔치를 방불케 하는 날궂이가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밀가루에 도토리가루를 섞어 부친 전은 쫄깃쫄깃했다.
여러 종류의 채소들이 어우러졌으니 맛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참여한 사람 외에도 많은 이웃분들이 함께 했다. 우리 동네에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분들도 아주 좋아하시며 맛있게 드셨다.
부치기를 먹고 싶어도 혼자 먹겠다고 부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고마워하셨다.

M언니 주선으로 열린 파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 틈만 나면 함께 모여 먹을 일을 벌이셨다.
다수의 인원이 무엇을 해 먹을 때는 1n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도 입만 갖고 오는 사람을 포용하고 동참하게 만드는 힘.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기꺼이 희생하여 함께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M언니는 우리 동네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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